여행 일주일 전, 캐리어가 안 열렸어요
마이락코드를 만든 50대 초반 여행자 ·
여행 준비를 하려고 구석에 있던 캐리어를 오랜만에 꺼냈어요. 그런데 시작부터 막혔어요. 비밀번호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거예요. 가방은 눈앞에 있는데, 열 수가 없었어요.
인터넷을 찾아보니 리셋 버튼을 눌러 보라는 글도 있고, 000부터 999까지 하나씩 돌려 보라는 글도 있더라고요. 둘 다 해 봤어요. 그래도 제 가방은 끝내 열리지 않았어요.
다음 날 대리점 여러 곳에 연락했어요. 바로 열어 줄 수 있다는 곳은 없었어요. 제가 연락한 곳에서는 최소 2주, 길면 한 달은 걸린다고 했어요. 출발은 일주일 뒤였는데,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죠.
결국 AS를 접수하고 새 가방을 하나 샀어요. 이번에는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라 더 큰 가방으로 골랐고요. 예전 가방은 아직 열지 못한 채 수리를 기다리고 있어요. 번호를 잊어버린 일이 새 가방을 사는 일로까지 이어진 거죠.
새 가방에 비밀번호를 정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. 다음 여행 때는 이 번호를 기억할 수 있을까? 매일 쓰는 번호도 아닌데, 한동안 안 쓰고 나면 똑같은 일을 겪을 수도 있겠더라고요.
물론 휴대폰 메모에 적거나 사진을 찍어 두면 돼요. 다만 메모도 사진도 계속 쌓이잖아요. 시간이 지난 뒤에 그걸 다시 찾고, 어느 가방 번호였는지 알아볼 수 있을까 싶었어요. 나중에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 수 있게, 한곳에 모아 두고 싶었어요.
그래서 자물쇠 번호만 모아 두는 보관함, 마이락코드를 만들었어요. 내 캐리어, 자전거 자물쇠, 사물함에 이름표를 붙이듯 이름과 번호를 함께 저장하는 곳이에요. 나중에 꺼내 봐도 어느 물건의 번호인지 알 수 있도록요.
잊어버린 번호를 찾으려고 또 다른 비밀번호를 외우고 싶지는 않았어요. 그래서 별도의 비밀번호를 만들지 않고 로그인할 수 있게 했어요. 서버에는 이름과 번호, 메모를 암호화해서 보관해요.
제가 겪은 불편에서 시작했지만, 비슷한 일을 겪는 분들도 편하게 쓰셨으면 해서 무료로 만들었어요. 새 번호를 정하셨다면, 아직 기억날 때 넣어 두세요. 번호 하나 때문에 저처럼 가방까지 새로 사는 일을 누군가는 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.
이 이야기를 읽고 내 캐리어가 떠오르셨다면, 다음 여행 전에 한 번 열어 보세요. 주변에 여행을 준비하는 분이 있다면 이 이야기도 전해 주시고요. 가방 번호를 미리 확인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.
- 짐을 싸기 전에 가방부터 한 번 열어 보세요. 제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찾은 방법들을 시도해도 열리지 않았어요.
- 제가 연락한 대리점에서는 수리에 2주에서 한 달이 걸린다고 했어요. 출발이 가깝다면 수리 일정을 일찍 확인해야 다른 가방도 준비할 수 있어요.
- 새 번호는 정하는 그 자리에서, 어느 가방의 번호인지 함께 남겨 두세요. 가방을 열지 않아도 찾을 수 있게요.